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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사의 역사 본문

Visual Arts and Narrative

1. 서사의 역사

Priv 2022. 6. 2. 21:03


 

 

1. 개요

"아침 드라마는 말이 안 된다."

일상은 우연 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우연들의 연속이다.

우리는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때마다 같은 객실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순전히 자신의 의도에 따라 그 시간에, 그 전철에 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연히 출근 첫날부터 지각을 할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이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에 우연히 교통사고가 날 뻔하고, 우연히 남주인공을 만나 다투고, 우연히 남주인공과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고, 우연히 그 남주인공과 연애를 시작하는 일은 말 그대로 우연의 연속이다.

어떻게 보면 아침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우연한 일들은 가장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사, 즉, 이야기에서는 동기개연성이 중시된다.

동기와 개연성은 서사의 규칙이며, 앞으로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기준이 된다.

이는 때때로 관객들이 그 서사에 몰입하고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2. 서사의 범위

서사를 넓은 의미인 이야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서사의 시작은 인간이 언어를 가진 시점부터 기인한다.
(서사의 시작 == 인류 문명의 시작)

서사는 언어를 기반으로 하여 정보 전달을 위해 발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알아낸/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기도 하다.

즉, 인간이 언어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인간이 서사를 통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회를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언어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며, 언어와 서사는 "인간 사고의 중심 기능 혹은 심급"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문법이라는 질서 체계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법의 세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 법의 세계에 인간이 돌입했을 때 비로소 언어를 익힐 수 있게 되고 그 언어를 통해 인간의 사고와 기억이 형성된다.

이는 인간의 사유가 이성적이라는 증거이며, 이야기나 서사도 이러한 법칙에 위배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침 드라마를 볼 때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불만을 내뱉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사에는 '이야기'라는 의미와 함께 '알고자 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서사를 도구로 사용하여 이해하고 알아내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를 서사 수행 능력이라고 부른다.

달 토끼 설화가 가장 대표적인 서사 수행 능력이 사용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3. 거울 단계

아주 어린 나이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신생아~2살 무렵까지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말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의 기억은 잘 떠올리지 못한다.

이는 단순히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는 것이라면 기억에 일종의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어릴 적의 기억들을 순차적으로 잊어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살 무렵에 가지고 있는 기억은 20년이 지나도,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신 분석 학자, '자크 라캉'은 말을 배우기 전에는 '기억 수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 '사과'를 떠올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부터 머릿속에 떠올리는가?

'사과'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까, '사과'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릴까?

이처럼 인간에게 언어는 기억을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거울 단계를 기반으로 하여 인간의 성장 단계를 3단계로 나눠본다면 다음과 같다.

● 파편화 단계

파편화 단계는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시작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마주하는 엄마를 자신의 몸이라고 판단한다.

즉, 자아가 성립되기 이전의 단계인 것이다.

팔, 다리, 머리 등 다양한 부위들이 하나의 몸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각 부위들이 여기저기 파편화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때부터 무의식이 성립되기 시작한다.

● 거울 단계

점차적으로 자아가 성립되는 단계이다.

자신의 팔다리가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지만, 엄마를 자신의 몸 일부라고 판단하는 생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엄마를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신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결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아빠는 엄마와의 결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인식한다.

즉, 점차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거울을 봤을 때 누가 자신인지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이다.

이때도 무의식이 성립되는 단계이다.

● 상징 단계

이 단계에 접어들 무렵은 약 18개월 정도 되는 무렵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이 시작되는 시기인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언어(말)를 배우기 시작한다.

규칙과 원칙이 있는 사회에 진입하여 어떻게 규칙 아래에 사회가 돌아가는 지를 하나씩 배우고, 상대방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규칙과 함께 아빠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전까지 존재했던 무의식의 단계가 끝나게 된다.

인간이 언어를 처음 배우면서 아마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싫어(No)"일 것이다.

여태까지는 그냥 울음이나 투정을 통해서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자유분방하게 이룰 수 있었다면, 이제는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하고, 무엇이 좋고, 무엇이 싫은 지를 하나씩 학습하면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다.

언어를 통해 말을 하기 위해서 아이는 문법 체계를 학습하기 시작한다.

부모나 친구들을 통해 "나는 라면을 먹었다."라는 문장을 학습했다면, 언어의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너는 라면을 끓였다."라는 변형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즉, 언어를 배운다는 행위는 질서(법칙)을 배운다는 행위를 의미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질서와 체계가 있는 세계에 적응하고 그 질서와 체계를 하나씩 배워나간다.

이렇게 익힌 언어를 통해 말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기억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언어가 없던 상상의 세계를 무의식이라고 표현한다면, 질서와 체계가 있는 세계는 의식,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이야기를 볼 때 "말이 안 돼"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규칙과 법칙이 없는 말(이야기)이라는 의미가 되며, 이는 이성적/언어적/인간적인 판단에 기초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3.1) <네 인생의 이야기>

이 SF 소설은 "이 외계인은 도대체 지구에 왜 온 것이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어학자와 물리학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는 즉, 외계인과 인간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선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문장을 보면 항상 방향이 있다.

가로로 글을 쓸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쓰고, 세로로 글을 쓸 때는 위에서 아래로 글을 쓴다.

이는 '시작'과 '끝'이 하나의 선 위에 나열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가 어떠한 일들을 생각하거나 기억하는 것도,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이 '시작'과 '끝'이 나열되어 있는 선형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이와 반면에 소설에 등장하는 외계인, '헵타 포트'는 비선형적인 구조의 언어를 사용한다.

'시작'과 '끝'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원적 구성을 띄고 있는 문자를 사용하는 데, 이 덕분에 문장의 시작과 끝을 한 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헵타 포트처럼 시작과 끝이 동시에 존재하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선형적인 사고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네 인생의 이야기>의 핵심이다.

이는 말이 인간이 사고하고 따르고 있는 체계와 법칙(시간)까지도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나의 SF 소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4. 서사 수행 능력

서사는 이야기의 전달과 함께 "내가 알기를 원한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서사 수행 능력이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으로 치환하는 능력이다.

사람 얼굴처럼 생긴 콘센트 구멍, 상어처럼 생긴 구름의 모습, 토끼처럼 보이는 달의 얼룩, 부엉이처럼 보이는 반쪽짜리 사과 단면 등이 가장 대표적인 서사 수행 능력의 예시들이다.

인간은 서사가 아닌 것도 서사를 기반으로 이해하고 학습하고자 한다.

그림이 가장 대표적인데, 제목과 설명이 적혀 있지 않은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우리는 그 그림이 표현하고자 한 장면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배경 지식들을 총동원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일리야 레핀

● 왜 그림 속의 남자는 표정이 어두울까?

 왜 그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아이는 놀란 얼굴을 하고 있을까?

 왜 그 뒤에 서 있는 가정부는 얼굴이 못마땅해 보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내려보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전부 서사 수행 능력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서사를 만들어낸다'라는 것은 '문학을 사유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서사란 언어를 쓰는 모든 활동에 적용될 수 있고, 문학의 영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20세기 초의 예술가들은 이러한 서사 기반의 사고방식에서 탈출하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중 하나가 '추상화'이다.

<초상에 관한 3가지 연구>, 프랜시스 베이컨

'프랜시스 베이컨'의 <초상에 관한 3가지 연구> 작품을 보면 "이 3개의 그림은 무엇과 닮았는가?"라는 질문에 그 누구도 똑같은 대답,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가 없다.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으며, 그 무엇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얻어맞는 듯한 얼굴이 보이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는 얼굴이 보이기도 하며, 서양인, 동양인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서사 수행 능력을 끊임없이 반복하도록 의도한 것으로, 인간의 순간적인 돌발 흔적들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서사란, 단지 거기에 삶 그 자체처럼 존재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5. <일리아스> & <오디세이아>

"모든 위대한 문학 작품은 <일리아스>이거나 <오디세이아>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2가지 작품은 서양 문학사 최고의 작품이자 최대의 영웅 서사시라고 알려져 있다.

<일리아스>는 일리아스와 헥토르, 파트로 클로스 3인의 라이벌 구도를 띄고 있으며, '진노'를 주제로 하고 있다.

3인의 끈질긴 갈등과 투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상실에 대한 아픔을 애도하면서 끝을 맺는데, 이는 전쟁 영화의 흐름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본국으로 돌아오는 영웅인 오디세이아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전형적인 모험 패턴을 지니고 있다.

<오디세이아>의 주제는 '사람'으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름'을 숨김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위기를 타파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핵심인데, '이름을 되찾는 일'이라는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현대의 모험 서사에서도 잘 쓰이는 소재이다.

이처럼 이야기의 중요한 패턴이나 구성 요소들은 전부 이 2가지 작품에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6.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보다 더 오래된 서사로, 우르크의 왕이었던 길가메시의 모험과 여정을 12편으로 구성해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려울 것이 없는, 무적에 가까운 인물인 길가메시는 자신의 친구였던 엔키두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목격한 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불로초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길가메시는 간신히 불로초를 손에 넣게 되지만, 그 불로초마저 도둑을 맞아 모든 것을 잃는 결말을 맞이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길가메시는 절망하지만, 인생에 대한 심연(세상의 모든 지식)을 깨닫게 되고 불로초보다 더욱 큰 무언가를 대가로 얻을 수 있었다.


6.1) <길가메시 서사시>의 의의

"길가메시, 그는 먼 길을 떠나 지쳤지만, 새 힘을 얻었다."

이 문장은 <길가메시 서사시>의 핵심이 되는 문장이다.

서구 문학 전통에서 <길가메시 서사시>는 모든 스토리의 원형으로 생각하며 중요시 여기는데, 성경이나 신화, 설화도 이에 포함되는 정도이다.

이는 인간의 이야기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무언가에 대한 추구'라는 이야기를 구축할 때, 그러한 추구의 이야기가 어떤 형태여야 하는 가의 1번째 완성작이자, 영웅 서사의 원형 1번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먼 길을 떠나다"는 분리를, "힘들고 지쳤다"는 실패와 전이, "새 힘을 얻었다"는 통합을 의미한다.

이 3가지 요소(분리, 전이, 통합)는 이후에 추구형 서사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고, 아울러 영웅 서사의 한 패턴으로도 작동하게 되었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서 너덜너덜해진 주인공이 끝내 실패하지만, 자신이 처음에 추구했던 것보다 더 큰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것이 그 패턴의 흐름이다.

이는 신화론적, 문화론적 의미에서의 통과 의례에 해당한다.


6.2) 통과 의례

통과 의례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아놀드 반 즈네프'가 장소, 상태, 사회적 지위, 연령 등의 변화에 따른 의례를 지칭하기 위해 1909년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새로운 상태로의 변화를 위해 통과자(인간, 어린이, 신입생 등)들이 통과 의례라는 여러 문을 지나가면서 이전의 삶을 벌이고 새로운 삶으로 돌입하는 '의례적 죽임(상징적 시련)'을 당한다.

'반 겐넵'은 이 통과 의례를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하였다.

● 분리: 통과자를 이전 사회적 지위로부터 단절시키는 과정

● 전이: 통과자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정지된 상태에 돌입한다.

● 통합: 통과자는 새로운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이 통과 의례 3단계는 먼 훗날, '보글러의 12단계'로 확장되어 영웅 서사를 구축하는 데 쓰이는 뼈대가 된다.

 


 

7. 시학(Poetics)

7.1) 고대 그리스의 시학이란?

라틴어에서 시인이라는 의미의 'poets'는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시학(poietike)이라는 단어 또한 '만드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시학은 현대에 말하는 시의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서사가 포함된 모든 예술 활동 전반에 대한 학문을 시학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시학들은 주로 '서사시'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이러한 학문적 성과에서 등장한 '재현', '카타르시스', '표현', '미토스', '에토스' 등의 용어들은 추후 예술 전반의 용어로 발전되어 갔다.

즉, 시학이란 하나의 문예 이론인 것이다.


7.2)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용어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연구하면서 다양한 용어들을 남겼다.

예술은 미메시스(Mimesis),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세웠으며, 이를 '모방 이론'이라고 부른다.

또한 예술은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불러일으킨다.

서사는 이야기 또는 플롯의 구성을 통해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이는 지적인 정화를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다양한 시학 용어들은 다음과 같다.

● 미토스(Mythos): 플롯 또는 시놉시스

● 페리페테이아(Peripeteia): 반전, 급전, 상황 전환

● 아나그노리시스(Anagnorisis): 인지, 자기 인식, 상황 파악

● 에토스(Ethos): 등장인물의 성격, 캐릭터

● 옵시스(Opsis): 시각적 장치, 스펙터클의 장치들

 


 

8. 중세의 서사: 성서와 로망스(Romance)의 탄생

중세 시대는 신 중심의 사회로써, 종교와 신화, 봉건주의가 중심이 된 시대였다.

봉건 영주들과 기사, 농노들로 구성되는 계급 사회는 종교에 대한 철저한 숭배와 믿음, 사회의 도덕적 역할을 강조했다.

중세 기독교 중심에서 르네상스 인본주의 시대로의 전환이 문학에 반영되기 시작한 무렵이다.

<아서왕>처럼 종교와 신화, 기사 문학이 합쳐진 '기사도 문학',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 서사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같은 '로망스', 기독교 사상 중심의 서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9. 소설의 등장: 18세기

18세기 이전까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고위층만 할 수 있는 학문이었다.

농민과 같은 소시민들은 왕과 귀족(계급 사회)이 몰락한 18세기가 되어서야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왕과 귀족의 몰락은 곧 계급의 몰락을 의미했고, 이는 다시 신의 몰락을 의미하기도 했다.

신, 왕, 귀족 등과 같은 특권층이 사라지면서 일반인(소시민)이 중심이 되는 서사들이 대거 등장하였는 데, 이때 '작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소설'이라는 것이 탄생했다.

신과 종교, 계급 사회의 탈피 이후 상업이 발달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신흥 부유층들이 등장했다.

이는 신대륙의 발견, 인쇄술의 발견, 지동설, 이성과 과학의 발달로 확장되었으며, 근대적인 의미의 소설들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오만과 편견> 등과 같은 작품들이 이 시대에 탄생하였다.

 


 

10. 모더니즘 시대와 새로운 서사 매체들: 1880년 이후

10.1) 초기 영화와 애니메이션

카메라가 탄생하고 영상 기술이 등장하면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초기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어트렉션'의 일부로 치부되었는 데, 이는 그저 신기한 놀이 기구나 마술적 장치로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영화가 점점 세계, 자연을 모방할 수 있는 엄청난 도구임을 이해하게 되면서 영화에 서사를 접목하기 시작했고, 이때가 1903년 <대열차 강도>와 1915년 <국가의 탄생>이 등장했을 무렵이다.

이후 점차 영화에 복잡한 서사를 구축하고 서사를 위한 별도의 시간 구성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 매체의 플롯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애니메이션은 영화(Live-Action)에 부가되어 있던 볼거리, 놀이, 마술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이어받아 진지한 서사보다는 단순한 볼거리로 치부되었다.

이러한 흔적은 현대에도 남아있는 데,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을 상대적으로 펌하하는 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재현과 서사를 약화시키는 대신, 초기 영화가 지니고 있던 환상성을 전가받고, 그것을 특유의 성격으로 굳혀나갔다.

즉, 애니메이션은 영화가 복잡한 서사를 구축하고 깊이 있는 플롯으로 확장되는 동안 환상성이라는 것을 통해 영화와의 차별성을 이루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하나의 고유 영역을 구축한 것이다.


10.2) 만화(Comic Strip)

초기에 등장한 원시적 만화는 문학 작품과 같은 서사물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880년대부터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 만화 잡지가 성행했고, 이후 1904년이 되어서야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가 등장했다.


10.3) 대중문화

1980년대 말에 이르러 다양한 대중문화에 복잡한 서사 양식들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공각 기동대>와 같은 대중 애니메이션에서 복잡한 서사를 접목한 애니메이션들이 등장했고, 상업적 애니메이션 작가 감독들이 부상했다.

높은 수준의 서사가 접목된 인터렉티브 영화, '게임'도 이 시기와 맞물려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11. 서사는 단지 거기에 삶 그 자체처럼 존재한다.

이 세상에는 서사가 정말 수도 없이 많으며, 언제 어디에나 서사가 존재한다.

서사는 인간이 언어를 익히고, 사회를 구축하는 단계에서부터 등장해 지금까지 우리의 삶과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었으며, 글, 정적인 이미지, 동적인 이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신화, 전설, 우화, 소설, 역사, 비극, 드라마, 영화, 게임, 뉴스, 만화 등 수많은 것들이 서사이며, 지금도 새롭게 등장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서사는 인류 역사의 시작을 알리기도 하며, 서사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증명하기도 한다.

서사가 없었던 시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그 어디에도 없는 만큼, 서사는 단지 거기에 삶 그 자체처럼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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